Como agua para chocolate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라는 제목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본 터라 익숙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초콜릿과 무슨 상관이냐는 의문이 머리 속에 떠다녔다. 그러다 책을 다 읽고, 작품 해설에 있는 설명을 보고서야 아하! 했다. 원제인 como agua para chocolate의 뜻은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가르키는 말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나 상황을 의미한다고 한다.
보면, 티타는 항상 끓기 직전의 초콜릿 상태였던 것 같다. 주위 환경은 항상 티타에게 각박했고, 그 와중에 유일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요리였다. 우리나라 식으로 얘기하면 티타한텐 한이 있던 것 같다. 판소리에 한이 뭍어 나오는 것 처럼, 티타의 요리에는 항상 티타의 한/감정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은 그 요리를 먹는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니와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는 결혼식에 낸 웨딩케이크는 모든 사람을 그리움, 슬품, 좌절감으로 토까지 하게 했지만, 사랑하는 조카의 행복한 결혼식에 낸 호두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행복하게 했다. 항상 티타가 참고 참고 또 참고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 잠깐 미쳤다가 돌아온 걸지도.
요리로서만 행복할 수 있었던 티타가 가엽다. 그나마 결국엔 사랑으로 타올라 불 속으로 사라진 티타가 그 순간엔 행복했기를.
2020.8.20 트레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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