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간 조항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곤 합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잖아요. 내가 어떤 놈인가 알 만한 부분입니다만, 나는 브레이크를 진즉에 버렸어요. 나는 우당탕 부딪히는 게 겁나지 않거든요. 기계가 궤도를 이탈하는 걸 우리 같은 기술자들은 우당탕이라고 하죠. 내가 우당탕할까 무서워 살살 다닐까요? 나는 그저 언제나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내키는 대로 삽니다. 부딪혀서 박살이 나면 뭐 어때요. 그래 봐야 손해날 게 뭐 있다고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가느냐고요? 물론 갑니다. 하지만 기왕 갈 거 신명 나게 가자는 거지요.
브라보, 젊은 친구! 종이와 잉크는 지옥에 보내 버려! 재산이나 이익 따위도 던져 버리고요! 광산, 인부, 수도원 이런 건 쓸데없어요. 이것 봐요, 당신이 춤을 배우고 내 말을 배우면 우리가 서로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소!
보스,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라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하거든요.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 걸어야 해요. 하지만 당신은 좋은 머리가 있으니 잘해 나갈 수는 있겠네요, 인간의 머리란 게 가게 주인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을 해 대죠.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내주었으니 이익이 얼마고 손해가 얼마구나! 머리라는 게 이렇게 좀스러운 가게 주인인 거예요. 가진 걸 다 걸어 보려고는 않고 꼭 예비금이라는 걸 남겨 둡니다. 그러니 줄을 자를 수 있겠어요? 아니지요. 더 꼭 붙들어 맵니다. 만약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바보는 어쩔 줄을 모르고 허둥댑니다. 그러면 끝장이지요. 하지만 인간이 이 줄을 안 자르면 살 맛이 나겠어요? 그거야말로 멀건 카밀레 차를 마시는 기분일거요. 럼주 같은 맛이 아니라. 자르지 않고 인생의 맛을 보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요.
유언이 끝나고 그 사람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이불을 걷어 올리며 일어서려고 했어요. 부인인 류바와 저와 이웃 사람 몇이 뛰어가서 말렸습니다. 그런데 그는 우리 모두를 거칠게 밀어붙이고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창문가로 갔습니다. 거기서 창틀을 부여잡고는 먼 산을 바라봅디다. 눈을 크게 뜨고 웃다가 말처럼 울기도 했어요. 그렇게 창살에 손톱을 박고 서서 죽음을 맞았어요.
나는 자유로운 사람일까, 사회적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라 조르바는 나랑 상종하기도 싫어할 것 같다ㅋㅋㅋ 나도 내가 꽤나 모험적인 타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왠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보수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조르바를 말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해방감이 있었다. 비록 조르바같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남겨준 덕분에 한 꺼풀 너머로나마 그의 자유로움을 구경할 수 있어서 그나마 행운인 😇
이 책의 주제는 세 가지라는데,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아모르 파티 Amor Fati.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현재에 집중하자! 명상할 때도 항상 되뇌이는 말.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 번 뿐인 이 순간을 소중히 자유롭게 보내자.
내 운명을 사랑하자! 부러워하지 말고, 그들의 삶은 그들의 것. 나에겐 내 삶이 가장 소중하니까 아껴줘야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비문이 참 멋지다. 작가들은 어떻게 이렇게 멋진 비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까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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