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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읽은 기록_아름다운 문장들

by 스태리히 2023. 2. 10.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2013)

트레바리를 열심히 하던 시절 나는 책알못이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 곳에 가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임 중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해서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김연수 작가를 얘기했다. 책알못인 나로서는 사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 물어봤을 때 딱히 얘기할 수준도 안되었지만, 김연수 작가를 많은 분들이 얘기하길래 종이에 적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갑자기 내 머리 속 어디선가 '아, 사람들이 그 작가 책 재밌다고 했는데..?' 하면서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집은 책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책이었다. 책 반납하느라고 독후감을 못남겨서 아쉽지만 이 다음 글로 기록을 일단 하긴 해야겠다. 기록을 안하니까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책을 읽고, 재밌어서 두 번째로 집은 김연수 작가의 책이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음.. 미? 美? 솔? 하면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안의 단편을 읽고나서는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맞아, 사랑의 줄행랑이었던거지. 요즘 같으면 어디 파타고니아나 마케도니아 같은 곳으로 도망쳤을 텐데, 그때는 외국으로 나갈 수가 없었던 시절이니까 나름 갈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까지 간 셈이지. 그렇게 서귀포시 정방동 136-2번지에서 바다 보면서 3개월 남짓 살았어. 함석지붕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팸 이모의 표현이, 빗소리가 4월에는 미 정도였다가 7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다는 그 말이 그 장면을 상상하게 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정말 아름답다.

 

깊은 밤, 기린의 말: 자폐아 태호를 기르는 엄마 희영 그리고 우리 강아지 설탕이와 이름이 같을뻔 했던 강아지 기린 ㅎㅎ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엄마가 그리워 지는 글. 엄마가 부르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터널이 있다면, 엄마가 보고싶어질 때마다 가면 좋겠다.

동욱: 모르겠다, 나도 동욱의 담임이었다면 자신의 할머니를 죽게 만든 사람들의 집에 불을 질렀다고 그 아이를 그냥 방화범이라고 생각할 순 없을 거다. 그리고 항상 보이는 것 뒤에 어떤 일이 숨겨져있을지 모른다는 걸 생각해야지. 판단을 하려면 보이는 것을 기반으로 하게되겠지만 맹목적인 믿음이나 신념은 위험한 것 같다

우는 시늉을 하네: 아버지와 영범이 짠하고, 제 삶을 찾기에 열정적이었던 엄마 윤경이 대단하다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인 단편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하고, 나중에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려나 했는데 아니었다. 짧은 단편들이었지만 울림을 주는 그런 글들이었다. 근데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가보다. 메세지를 딱 꼬집어내기가 어렵다. 스토리를 스토리로만 받아들이는 느낌이랄까. 다행히 뒤에 해석부분이 있어서 음... 그렇군.. 할 수밖에 ㅎㅎ 어쩔수 없지 뭐~ 재밌게 읽었으면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들여다 보고 싶은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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