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코 한 번 안찌르고 잘 버텨온다 싶었는데, 나도 걸려버렸다 코로나19. 투병기록(?)을 기록하는 이유는 나중에 보면 '맞아~ 그 땐 코로나19라는 역병도 있었지~' 싶을 것 같아서 ㅎㅎㅎㅎ 마치 09년도의 신종플루처럼...
코로나의 역사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20년 초에 도쿄로 엔클렉스 시험을 보러 갔다올 때만 해도, 왠 중국에서 전염병이 생겼으니 조심하라는 정도였지, 그것이 이렇게 우리 지구촌 마을의 전체에 영향을 미칠 줄은..! 덕분에 20년부터 22년에 이르는 지금까지, 3년째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는 그 전과는 일상생활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일단 이제 막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번 월요일부터 폐지되었고, 그동안 22시, 24시 정도로 있었던 식당 영업제한도 풀렸다. 코시국에 만난 우리커플은 지금까지 만나오면서 최장으로 밖에서 길게 술 먹어본 적이 23시라는 점..! 하지만 이제 영업제한이 풀려도 적응되어 버린 몸 탓에 적당한 시간에 집으로 기어들어올 듯 하다.
코로롱이 해외여행도 막고, 콘서트도 못하게 하고, 감염에 신경써야하고, 할머니할아버지 / 엄마아빠 걱정을 몇 배로 만들어줬지만 또 재택근무나 비대면 영역이 확대된 것은 반길 일이다. 이러한 어떤 변화는 항상 희생 후에 따라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희생 없는 변화는 없는 걸까~
여튼,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도 폐지되고 정말 뉴노말의 시대로 가고있는 와중에 나는 확진되었다. 나는 백신도 3차까지 다 접종한 상태이고, 마지막 접종으로부터는 한 3개월 지난 것 같다. 내 주위에도 확진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사람들 간에 누구는 열이 난다, 기침이 난다, 목이 아프다 등의 여러 증상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누구도 나에게 이게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건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다들 별 것 아닌 걸로 치부할 뿐 ㅎㅎㅎ 사실 나도 따지고보면 중증은 아니었으니 별 거 아니라고 칠 수도 있겠다. 그냥.. 평소에 내가 걸리는 감기나 몸살 보다는 훨씬 심한 정도로 앓았다 정도로 해두자.
첨부터 증상이 헷갈렸던 이유는 이놈의 지긋지긋한 구내염 때문이다. 흘러흘러 올라가면 이제 겨울옷을 집어넣고 여름옷을 꺼낼 때가 되었다! 하고 옷 정리를 한 날이었다. 그 날 저녁이 되니까 목이 칼칼한게 아파서 흠.. 먼지를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했는데 담 날도, 그 담 날도 아파서 보니 목구멍에 또 다시 구내염이 찾아온 것이었다. 예사롭지 않아서 이비인후과 가서 조져주고 나서는 계속 스테로이드랑 소염제를 먹었는데, 계속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회사 미팅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말하고 있는데 목이 쉬어버렸다. 그래서 흠.. 구내염도 났는데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쉬었군.. 싶었다. 근데 그날 밤부터 얕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헐. 나 코로나 아냐?
그 다음 날 이비인후과에 아무래도 낫지 않는 구내염을 치료하러 재 방문 후에, 목이 아프다고 했더니 구내염 때문에 목이 부어서 그런거라고 의사선생님은 말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에 옆의 다른 내과를 가서 신속항원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다. 흠... 나 음성 아닌 것 같은데..... 싶었지만 집에 와서 하루를 더 지내보니 컨디션은 더 떨어지고 기침은 더 심해지고 가래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날 밤에는 기침 때문에 잠을 못잤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건 코로나가 아닐 수 없다 진짜로.
다음 날 9시에 병원 오픈 하자마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재검 했고 결과는 바로 양성. 그럴 줄 알았다! 바로 진료 보고 약국에서 약도 타서 집에 와서 격리 시작...... 확진 전날밤부터 증상이 심했기 때문에 몇 일을 고생했다. 증상 나타난 지 5일 째 되니까, 조금 살 만해졌다. 그 전 날까지는 기침을 토할 것처럼, 폐가 튀어 나올 것처럼 하고, 온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그런지 몸통 전체에 알이 배긴 느낌이었다 ㅠㅠ 목소리는 아예 안나오고, 낼려고 해도 거의 쇳소리 정도만 나올 뿐이었다! 나의 목소리가 이렇게 될 수 있다니... 흑흑 놀라웠다. 가래도 너무 thick 하고 노래서 거의 분홍색으로 보일 지경이였고, 가래가 너무 진하다 보니 그걸 떼어내기 위한 나의 기침도 엄청 강해져서 한 번 기침을 하고 나면 눈물이 뚝뚝 났다. 아파서는 아니구 토할 때 눈물 나는 것처럼..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침/가래/인후통만 빼면 전체적인 컨디션은 이냥저냥 괜찮았다. 목만 안쓰면 되었다ㅎㅎ 그래서 격리 초반엔 심지어 요가도 했다 집에서.. 열도 안났다. 두통도 없었다. 두통까지 있었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부분!
이제 내일이면 격리해제된다. 수많은 지침 변경 속에 지금 현재 버전은 신속항원검사 양성 후 7일 격리하면 재검 없이 격리 해제가 된다는 것. 그래도 10일정도까진 조심하라고 한다. 그래도 일주일은 할 만 했다. 장을 못 보러 가서 먹을 게 좀 문제긴 했지만, 재택근무도 똑같이 하고 오랜만에 집에 머무는 김에 블로그도 쓰고 집 정리도 하고.. 그리고 코로나 걸렸다고 친구도 제주밀감도 보내주고, 짝꿍도 꽃다발과 케이크와 앙버터치아바타.. 그리고 맛있는 딸기도 보내주었다. 내가 받은 약을 다 먹어가자 그는 본인이 미리 받아놓은 약까지 나에게 헌납했다. ㅎㅎㅎ 코로나 걸린 것은 나빴지만 나름 괜찮은 일주일이었다.
근데 다시는 걸리지 말자.. 나 요가도 하고 싶고 피아노도 치고 싶어.. 마스크 잘 쓰고 댕겨야지. 이상 코로나 투병기 끝!
+) 추가로 올리는 나의 건강 앱에서 보이는 걸음 상태.. 격리란 이런 것이다 ㅎㅎ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