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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격동 키즈나 絆, 송웅식 셰프, 런치 오마카세 룸 후기!

스태리히 2022. 3. 28. 16:04
종로 소격동
키즈나 絆

 

짝꿍의 생일을 맞아 방문한 소격동 키즈나. 회와 스시를 좋아하는 짝꿍의 작년 생일에도 '제주 이와이'를 방문했었는데, 너무너무 좋았던 기억에 올해도 오마카세를 예약했다. 이번에는 어디를 가볼까 이리저리 찾아보다, 너무 많은 오마카세 업장에 대체 어디를 가야 할지 헤매고 있는데... 맛잘알 친구가 알려준 모박송이! 보컬계에 김나박이가 있다면 서울 4대 스시장인 모박송이가 있으니 그들 중 하나를 가라고 조언해주었다!

 

그 날 런치로 오마카세를 먹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호캉스를 할 예정이었기에, 찾아보니 모박송이 중의 송, 송웅식 셰프님의 소격동 키즈나가 롯데호텔과 매우 가까워서 본격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한 달 전 전화로 예약해서 토요일 런치 2부, 룸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 예약 방법: 오전 9시에 매장으로 전화하면 한달 후 날짜로 예약 가능, (2/19에 전화하면 3/19 예약 가능)

* 런치 1부 12:00 시작, 2부 13:30 시작, 1인 12만원

* 주차 불가능.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 이용

* 카운터석 7자리, 룸 1개 4인석

 

소격동 키즈나 외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주차를 하고 10분 정도 걸어가서 도착한 소격동 키즈나. 

동네가 참 고즈넉하고 깔끔한데, 키즈나는 그런 동네에 맞는 어여쁜 외관을 가졌다. 들어가기 전부터 외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기대감 뿜뿜!

2부 1시 30분 시작으로 방문했고,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더니 카운터 석을 예약하신 분들은 이미 다 착석해계셨다.

 

소격동 키즈나 룸 내부

 

들어가자마자 우리가 예약한 룸으로 안내 받았다. 키즈나 안에 룸은 딱 1개 있는데, 4인 좌석 테이블이 1개 있다. 우리는 두 명이서 이용ㅎㅎ

원래는 카운터 석으로 예약할 셈이었는데, 이미 예약이 다 차고 룸 자리만 남아있다고 해서 룸으로 예약했다.

 

나는 평소에 오마카세 갈 때 카운터 석에 앉으면, 짝꿍과 얘기를 편하게 할 수가 없어서 안 그래도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앞에 계시는 셰프님께 들릴까봐 스시에 대해서 맛있다는 말 말고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ㅋㅋㅋ 그리고 다른 손님들도 너무 조용하고 다들 귓속말 정도로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어서, 다른 사적인 얘기들도 편하게 하고 싶은데 괜히 나도 목소리를 낮추고 맛있다-는 말만 하게 되고.. ㅎㅎ 그래서 이번 기회에 룸을 경험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다. 룸에서 편하게 웃고 떠들며 오마카세를 즐겨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키즈나의 외관답게, 내부의 인테리어도 너무 훌륭하고 멋졌다. 한옥을 리모델링했지만 일본 풍도 조금씩 섞여있는 듯한 그런 인테리어. 참 조용하고 차분한 것이 부슬비 내리는 그날에 딱 어울렸다. 식사 중에는 저기 보이는 한옥 지붕 위로 고양이가 왔다 갔다 했다.

 

소격동 키즈나 테이블 세팅

 

정갈한 테이블 세팅. 룸은 서버 분께서 오가시며 서빙해주신다. 물수건이 기분 좋게 따뜻해서, 손을 닦으면 약간은 쌀쌀했던 날씨에 얼어있던 몸이 긴장이 풀린다.

 

소격동 키즈나 런치 오마카세, 참돔 감성돔 무늬오징어

 

차완무시 (계란찜) 같은 것 없이 바로 스시 시작. 나랑 짝꿍은 차완무시 좋아하는데 😭 속이 덥혀지고 참 좋은데 없어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

룸에서 먹으면 스시가 3개씩 서빙된다. 룸에서는 다양한 접시를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

 

첫 접시는 왼쪽부터 순서대로 참돔, 감성돔, 무늬오징어. 방문 전에 여러 포스팅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갔는데, 첫 접시에 광어를 내어주시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이번엔 광어는 없었다. 세 피스 모두 맛은 당연히 좋았고, 무늬 오징어가 쫄깃하고 고소한 게 맛있었다. 샤리 (밥)은 조금 간간하고 꼬들해서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

 

소격동 키즈나 런치 오마카세, 아까미 참치뱃살 우니마끼

 

두 번째 접시는 아까미 (적신) 2피스, 참치 뱃살, 우니 마끼. 나의 최애들이 모여있는 접시라고 할 수 있다.

빠알간 젤리 같은 아까미는 여기 키즈나의 시그니처 같은 스시라고 그랬다. 간장에 절인 참치 적신인데, 식감이 정말 신기하게 젤리 같고 쫀득쫀득, 짭쪼름한게 진짜 맛있었다. 맛있어서 2개 주신다고 하시던데, 3개 주심 안되나욤.. 헤

참치 뱃살은 내가 원래도 워낙에 좋아하는 스시. 좀 더 하얗게 지방이 껴서 더 느끼했으면 좋겠다.. 난 느끼한 게 좋아..! 제주 이와이에서 먹었던 3겹 뱃살이 정말 레전드였는데..

다른 포스팅에서는 우니 군함말이로 대부분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엔 마끼 형태로 나왔다. 이러나저러나 맛은 똑같을듯. 내 사랑 우니! 너무 맛있었다. 우니가 많아서 조금 떼서 아까미 스시에 조금 올려 먹음 ㅎㅎ 짝꿍이 내 창의력에 감탄함 ㅎㅎ

 

소격동 키즈나 런치 오마카세, 시샤모 (열빙어) 구이

 

그다음 나온 접시는 시샤모 (열빙어) 구이. 나는 시샤모 구이 원래도 좋아한다. 이자카야 같은 데 가면 옛날에 한동안 종종 시켜 먹었었는데, 오랜만에 키즈나에서 먹었다. 그것도 알 꽉 찬 시샤모! ㅎㅎ

 

갓 구워서 매우 따뜻했고, 같이 나온 간 무와 함께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쏘옥 다 먹어버렸다.

 

소격동 키즈나 런치 오마카세, 전갱이 고등어초절임 단새우

 

네 번째 접시는 위에서부터 전갱이, 시메사바 (고등어 초절임), 아마에비 (단새우) 오보로.

등 푸른 생선과 단새우가 나왔다. 얇게 썰은 시메사바 4겹으로 감싼 피스랑, 단새우 3마리나 올라가서 입안 가득 차는 피스가 아주 인상적!

내 원 픽은 단새우, 짝꿍 원픽은... 전갱이였던 것 같다ㅎㅎ

 

소격동 키즈나 런치 오마카세, 전복 장어 네기도로 교꾸

 

어느덧 마지막 접시. 12시 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복, 구운 장어, 네기도로 (다진 참치와 파), 교꾸 (계란 카스텔라).

벌써 마지막 접시라고? 난 아직 배가 안찼는데... 배가 60%밖에 안찼는데요! 😭 오마카세는 항상 배가 터질 것 같았는데.. 왜.. 이번엔 배가 안차죠.. 맛은 기똥찬데 너무 배가 안 불러요 😭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먹어보자.. 하고 정말 천천히 먹었다. 눈앞에 음식을 두고서도 천천히 먹는 건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ㅋㅋㅋ

찐 전복이 넘나 부드러웠다. 게우 소스도 같이 먹고 싶네 냠냠...

구운 장어가 의외로 정말 맛있었다. 샤리를 비닐하우스처럼 둥그렇게 덮고 있어, 장어 크기가 일단 엄청 크고 구워진 정도가 바삭했다. 다른 데서 먹었던 조금은 찐덕거리는 그런 장어랑은 달랐다. 굉장히 담백하고 따뜻하고 입안 가득 차고 속살은 부드러운데 바삭했다! 겉바속촉!

내가 원래도 많이 좋아하는 네기도로. 입에 넣으니 밥알을 다 코팅하듯 감싸더니 씹지않아도 걍 녹는다 녹아... 녹지마....슬퍼...

간 마와 새우가 들어갔다는 교꾸. 맛있었다 퐁신퐁신한 것이~

 

소격동 키즈나 런치 오마카세, 디저트 밤 아이스크림

 

흑. 끝났다. 밤 아이스크림이 나와버렸다.

직접 만드셨다는 밤 아이스크림은 바밤바의 고급 버전이다. 먹으면서 이거 바밤바인데? 했다 ㅎㅎㅎ 밤 알갱이가 들어가 있고, 셔벗 질감인 것이 입가심 하기에 적절했다. 딸기도 한 개, 따뜻한 녹차도 한 잔. 그리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마무리!

 

 

다른 포스팅에서는 양 적다는 얘기는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그리고 15피스나 나왔으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닌데 나는 왜 배가 안찼을까..?

내가 양이 많은 편도 아닌데 😭 그날 내 뱃속에 거지가 들어찼나 흑흑. 배 뚜드리며 나오고 싶었는데 그래서 좀 슬펐다.

 

친구에게 방문 후기를 말하면서, 처음에 나오는 계란찜이나 마지막에 나오는 국물이 있는 국수나 밥 같은 것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니, 여기 셰프님이 원래 스시 몰빵st라 그런 것 같다고 말해줬다. 저는 계란찜이랑 국수도 좋아요 힝..

 

그래도 참 맛있고, 분위기도 참 좋았다. 스시 하나하나가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고 느껴질 정도로 🥰

다음에 가게 되면 디너로.. 그래서 배 뚜드리며 나올 수 있도록..!

 

#내돈내산